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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생각(인문)

정선 민둥산 억새풀에 얽힌 일화(전설)을 찾아 보다

by 함께 가는 사람 2022. 10. 20.

 

정선 민둥산 억새풀에 얽힌 슬픈 일화(전설)

 

강원도 정선에 있는 민둥산(해발 1119m) 정상에는 나무가 없습니다. 정상에는 능선을 따라 억새밭만 형성되어 있습니다. 과거 화전민들이 나무를 잘라내어 화전으로 밭을 일구어 사용하다 떠난 이후 억새풀만 끈질긴 생명력으로 민둥산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그곳에 산마물을 많이 나게 할 목적으로 매년 불을 질렀지만 끈질긴 생명력을 가진 억새풀만 살아남았다고 합니다. 민둥산 정상에 억새풀만 자라는 일화(전설)를 살펴보면 아주 먼 옛날 옛적에 하늘에서 내려온 용마 한 마리가 민둥산 아랫마을 살았답니다.

 

마을 주민들은 범상치 않은 말의 출현으로 인하여 마을에 환란이 닥칠까 두려워한 나머지 환란을 막을 목적으로 말 주인을 죽였습니다. 주인 잃은 말은 혼자 울면서 보름 동안이나 밤낮으로 주인 찾아 민둥산을 돌아다니다가 화암면 용마소에 빠져 죽었는데, 그 이후로 민둥산에는 나무가 자라지 않으면서 억새풀만 자라는 산이 되었다고 하네요. 또 다른 이야기는 인터넷에 찾아보았지만 나오지 않는 일화입니다. 필자가 젊은 시절 가정생활이 순탄치 않아 괴로운 마음에 홀로 민둥산에 올랐습니다.

 

홀로 민둥산 정상에 올라 억새밭을 바라보던 중 억새풀 사이로 노인 한 분이 삶을 포기한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사람이 앉아 있는 듯 없는 듯한 모습으로 보였습니다. 그 모습에 마음이 끌리어 노인에게 발걸음이 저절로 옮겨지면서 다가가는 순간 무엇인가 섬뜩한 차가운 기운이 온몸을 감싸는 듯한 느낌을 받았지만 발걸음을 뗀 이상 노인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노인에게 다다를 때는 처음과 다르게 온몸으로 따뜻한 기운이 나를 감싸는 듯한 느낌을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앉아 그분과 약 30분간 대화를 나눈 사실이 있었습니다. 

 

그분에게 들었던 내용들 중 기억나고 가슴에 와닿는 부분을 20년간 가슴에 담아 두었다가 이렇게 몇 글자 올려 봅니다. 민둥산에 사는 화전민들이 화전을 일구어 가정을 이루었지만 제대로 된 혼인을 하지 않은 채 그렇게 살다가 추위와 배고픔에 굶어 죽은 사람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이들 영혼들의 수많은 사연들을 들은 산신(민둥산)이 안타깝게 여겨 밭을 일구어 사는 화전민들의 배고픔을 조금이나마 해소해주고 싶은 마음에 산 정상에는 나무가 자라지 않게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또 다른 내용은 이 땅에 태어나 혼인식을 올리지 못하여 한이 남아 저승으로 가지 못한 수많은 영혼들이 이승을 돌고 돌아 민둥산을 찾아오면 하늘 아래 가장 넓은 장소에서 혼인식(영혼결혼식)을 올리고 하늘나라로 올라가라며 민둥산 정상에 나무가 자라지 못하게 했다는 이야기도 함께 들었습니다. 그분의 말에 의하면 민둥산을 부부가 함께 손잡고 올라왔다가 내려가기만 하여도 자동으로 하늘에 혼인식을 올린 부부로 인정받는 장소라고 합니다. 다음번 산행 때는 억새풀을 보지 않아도 좋으니 부부가 꼭 함께 왔다 가면 좋겠다고 하여 한 달이 지나서야 민둥산에 오른 사실이 있었습니다. 

 

그 후로 20년간 삶의 우여곡절이야 조금씩 있었지만 지금은 세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 잘 살아가고 있답니다. 그분의 말씀처럼 우리 부부는 민둥산을 방문하기 전 언제 깨어질지 모르는 위태위태한 외다리의 삶을 살았지만 민둥산 방문 이후로 부부가 합심하여 어려운 난간들을 잘 지키고 살았던 삶을 돌이켜 봅니다. 억새풀은 베고 베어도 살아남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민초의 상징과 같은 풀입니다. 현재의 삶이 힘들고 어렵다면 민둥산 정상의 억새풀을 바라보면서 내 삶의 어려움을 한 번 다잡아 볼 수 있는 억새풀 산행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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